고향인 변산을 떠나 유명 래퍼가 돼서 금의환향의 날만을 기다리던 학수는 여전히 고시텔에서 발렛파킹을 하면서 6년째 ‘쇼미더머니’에 출전하고 있다. 절대 살아서 만날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전화를 받고 버티다 내려 간 고향에서 학수는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고향’과 ‘아버지’를 맞닥뜨린다. 영화 <변산>은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변산>은 학수의 랩을 통해 주인공의 이야기와 감정을 관객들에게 전달하는데 이 부분이 뮤지컬영화처럼 매끄럽고 세련되지 않는다. 불쑥 불쑥 영화 중간에 끼어들고 랩 가사는 친절하게 화면에 나타나는 등 마치 가난한 고향처럼 느껴지게 한다. 그런데 영화는 뚝심 있게 이야기를 쭉쭉 끌고 나가 온가족이 둘러 앉아 시덥잖은 농담을 주고받으며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이준익 감독의 영화가 보여주는 소소함이 주는 아름다움과 슬픔, 그리고 행복감이 이번 영화 <변산>에서도 강렬하게 보여줬다. 영화 촬영 현장도 마치 영화처럼 즐거웠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변산>에서 주목할 점은 학수와 전직 깡패였던 아버지와 관계다. 영화 <사도>에서 보여준 왕과 세자가
오는 6월 27일 마지막 주 수요일은 문화의 날 행사로 기벌포영화관에서 감독 초청 상영회를 연다. 1등에 대한 갈망과 광기를 보여주는 영화 <4등>을 관람하고 이 영화를 연출한 정지우 감독과 함께 영화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마련됐다. 영화 <4등>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 영화 기획 작품으로 정지우 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 수영선수의 세계를 소재로 다뤘지만 영화는 ‘1등’만을 기억하는 현재 대한민국의 모습을 아주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과거 수영 천재 선수로 이름을 날린 광수는 태릉선수촌에 늦게 입소했다는 이유로 코치에게 구타를 당하던 중 수영을 때려치운다. 그리고 16년이 흐른 후 꼭 금메달을 따야만 하는 준호 엄마의 부탁으로 준호 수영 코치가 된다. 광수가 엄마에게 내건 조건은 절대 수영장에 오지 말라는 것, 엄마는 그 곳에서 준호가 구타를 당하면서 수영을 배운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아들이 맞는 것보다 4등이 더 무섭다는 엄마는 모른 척하면서 폭력의 공범자가 된다. 영화 <4등>은 자신의 실력만을 믿고 태릉선수촌에 늦게 입소한 광수의 과거 이야기를 전반부에 배치해 맞을 짓을 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러나 준호의 코치로
유명 배우를 스토킹 현장에서 구해내 모범시민상을 받으며 유명인사가 돼버린 택배기사 김건우는 갑자기 연락이 온 고교 밴드 시절 친구 무열에게서 ‘네가 대통령 후보 암살범이야’라는 말과 함께 ‘절대 아무도 믿지 말라’며 건우의 택배 트럭을 몰고 가 자폭한다. 그리고 광화문 한복판에서 유력 대선 후보자의 자동차는 폭발하고 김건우는 테러 용의자로 쫓기는 신세가 된다. 아무도 믿지 말라는 말을 믿지 않은 건우는 주변 사람들을 위험에 빠트리며 실체 없는 그들을 피해 도주를 하다 민씨를 만나고 이 모든 계획이 정부의 정권 창출을 위한 계획과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골든 슬럼버>는 거대한 국가 권력에 맞서는 개인과 그를 돕는 친구들의 우정 간의 대결을 그린다. 그래서 건우의 도주 과정에서 고교 시절 밴드 친구들이 차례로 소환되고 그들은 건우를 믿고 지나온 시간을 회상하고 서로를 바라본다. 그래서 ‘골든 슬럼버’라는 제목을 붙인 것 같다. 그러나 영화는 건우를 도망자로 만든 국가 권력의 실체에 많이 집중해 청춘의 시간을 회상하면서 친구들로 대변되는 소시민의 연대와 국가의 대결을 단지 설정으로만 그리고 있어서 전체 이야기 구조에서 따로 놀고 있다는 점이
연상호 감독의 영화 작업의 시작은 애니메이션이었다. 2011년도 <돼지의 왕>으로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상영되거나 수상을 한 작품으로 이름을 떨쳤다. 애니메이션 장르에서 보기 드문 ‘청소년관람불가’등급으로 잔혹 스릴러 애니메이션의 시작을 보여줬다. 그래서인지 연상호 감독의 극영화에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가 가지는 ‘판타지’가 있다. <부산행>이 그랬고 <염력>도 그렇다. 그리고 연상호 감독 영화의 바탕에 깔려있는 현재 대한민국의 ‘천민’자본주의의 민낯은 이번 <염력>에서는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다. 혜성이 지구를 강타한 날 약숫물을 먹고 ‘염력’을 갖게 된 빌딩 경비원 석헌은 이 능력으로 돈을 벌 생각을 한다. 그러다 오래전 생활고로 버리고 떠난 아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장례식장에서 성인이 된 딸을 만난다. 아내와 딸은 재개발대상 지역에서 치킨집을 하다 아내는 철거용역깡패에게 죽음을 당한다. 이때까지도 아버지 석헌은 딸의 철거반대투쟁을 막는다. 그러다 개발업자가 동원한 용역업체와 경찰이 철거민을 건물 옥상으로 내몰고 딸이 경찰에 잡히면서 아버지는 자신의 ‘염력’을 사용해서 철거민, 경찰, 가족들의 목숨을 구한다
서천군미디어문화센터 2월 목요상영회는 영화감상동아리 회원들이 추천하는 작품으로 꾸몄다. 최근 영화부터 고전영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먼저 2월 첫째 주 목요일에 상영하는 <남아있는 나날>은 오래전 서천으로 귀촌하신 전순희 회원이 추천하셨다. 원작은 예전에 읽었지만 최근에서야 영화를 보게 됐고 다시 책을 읽으면서 예전과 다르게 느끼는 감상이 꽤 기억에 남았다고 추천했다. 달링턴 집안의 집사인 스티븐슨이 자신의 일에 너무 충실해 사랑이라는 감정도 그저 가볍게 치부해버리고 결국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후회하는 모습에서 나의 삶을 돌아보게 됐으며 지금이라도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모든 이에게 추천하고 싶다고 했다. 영화 <남아있는 나날>은 2017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즈오 이시구로의 작품으로 당대 명감독인 제임스 아이보리가 연출했다. 환경으로 인해 자신의 감정을 억압당한 채 살아온 사람의 모습이 인상적이며 또한 안소니 홉킨스와 엠마 톰슨의 젊은 시절 명연기도 인상적이다. 두 번째 추천작품은 이창우 회원의 <우리의 20세기>다. 서툰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들, 우리들을 키운 부모
픽사의 새로운 애니메이션 <코코>가 이번에 보여주는 세계는 멕시코의 저승 세계다. 멕시코의 5대에 걸친 가족 이야기를 다루고, 주 무대는 저승 세계이며 억울하게 살해당한 사람의 사연과 출생의 비밀까지도 다루고 있다. 그런데 영화는 한없이 밝고 맑고 마지막에 가서는 감동까지 준다. 전작 <인사이드 아웃>이 감정 상태를 5가지 칼라로 표현해 환호를 받았다면 이번 <코코>에서 그려낸 저승 세계는 일명 ‘상상 그 이상을 보게 되’는 뛰어난 시각적 화려함을 보여주고 유머도 살아있고 뮤지컬 장면들도 너무 흥미롭다. 멕시코의 ‘죽은 자의 날’이라는 독특하고 신선한 이야기를 능숙하고 깊이 있게 다룸으로써 또 한 번 픽사의 작품은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소년 미겔은 음악을 적대시하는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데 큰 기쁨을 느낀다. ‘죽은 자의 날’에 열리는 음악경연대회에 나가기 위해 전설의 가수 에르네스트의 기타를 훔치다 저승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코코>는 이승과 저승의 세계를 드러내지만 한편으로는 모계 사회와 부계 사회를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고조모까지 함께 사는 미겔의 대가족은 신발을 만들면서 대대로 모계로 이어진
선천성 안면기형으로 28번의 수술을 한 ‘어기’는 10살이 되자 엄마의 큰 결심으로 처음 학교에 가게 된다. 온 가족의 걱정을 뒤로 하고 학교 안으로 사라지는 어기의 뒷모습에서 우리는 영화가 어기의 학교생활 적응을 통한 사회화 과정을 보여줄 것으로 쉽게 짐작한다. 그러나 영화 <원더>는 이 사회화 과정, 어른이 되는 성장 과정을 어기에만 맞추지 않고 그를 둘러싼 위성과 같은 주변 사람들의 삶을 함께 보여주는 것으로 드러낸다. 영화 속 표현처럼 학교를 다니기 전까지 어기의 집은 어기라는 태양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태양계 같았다. 자신의 외모를 감추는 우주인 헬멧을 쓰고 어기는 무중력상태인 가정 안에 머물렀다면 학교를 가게 된 순간부터 어기는 헬멧을 벗고 중력 상태의 지구로 돌아와야 했다. 지구에 살기 위해서는 외모 때문에 생기는 많은 일들을 도망갈 곳 없이 스스로 부딪혀야 한다. 세상에서 자신의 불행이 제일 크다고 생각해 언제나 응석을 부리는 어기에게 친한 친구와 헤어져서 너무 힘들다고 고백하는 누나를 통해 주변 사람들이 가지는 인생의 무게가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 순간 어기는 자기중심적으로 돌던 삶의 방향을 바꾸기 시작한다. <원더
최근 개봉된 영화들 중 극장에서 놓쳐서 아쉬웠던 예술영화들을 서천군미디어문화센터 3층 시사실에서 1월 4일부터 한 달 동안 매주 목요일 저녁 7시에 만날 수 있다. 2015년~16년 사이에 개봉했던 작품들 중 상영관 자체가 많지 않아 아쉽게 놓칠 수밖에 없었던 영화들을 미디어센터 목요상영회 시간에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고양이와 인간의 교감, 공생을 음악과 함께 다룬 <내 어깨 위 고양이, 밥>은 노숙자로 거리를 떠돌던 마약중독자가 사회복지사의 도움으로 공공임대주택을 얻게 되면서 만난 길고양이 ‘밥’과 함께 버스킹을 하면서 삶을 다시 찾는 내용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 실제 주인공이 기르는 고양이가 ‘밥’ 역할을 직접 맡아서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두 번째 상영 작품인 <사랑은 부엉부엉>은 오랜만에 만나는 프랑스 영화로 특유의 상상력과 아기자기함이 가득하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로맨스와 달리 인간의 자존감과 자신감에 대한 고찰, 그리고 인간들 사이의 벽을 허물기 위해서 우리가 깨달아야 할 것들을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이다.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 미술전 은사자상을 수상한 작품은 한국의 임흥순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
영화 <변호인> 1천만 관객이 당시의 시대적, 정치적 상황 덕이 아님을 이번 <강철비>로 양우석감독은 입증했다. 이번 영화가 <변호인>만큼 관객 수가 되지는 않겠지만 양우석감독 영화의 몇몇 장면과 묵직한 대사로 한반도의 분단이 의미하는 바를 프로파간다식으로 풀어내지 않은 세련됨을 선보였다. 남쪽의 곽철우와 북쪽의 엄철우는 이름이 같아 쉽게 말을 틀 수 있는 조건을 가졌지만 친해지기 쉽지 않은 둘의 간극을 감독은 국수집 장면으로 보여준다. 북한 쿠데타로 개성 공단을 통해 우연히 남한으로 온 엄철우는 며칠 동안 굶은 상태에서 망향비빔국숫집에서 일명 ‘깽깽이국수’인 잔치국수를 맛보고 고향의 맛을 그리워한다. 수갑을 찬 채 불편하게 국수를 먹는 엄철우를 위해 자리를 옮겨 나란히 국수를 먹고 있지만 여전히 둘 사이에 수갑은 채워져 있고 잔치국수와 비빔국수로 대변되는 서로의 다름을 통해 한반도의 현재 상황을 떠오르게 한다. 첩보액션영화인 <강철비>는 장르적인 재미도 풍부하게 선사하는데, 우선 걸출한 액션배우인 정우성의 실력이 이번 영화에서 유감없이 보여준다. 특히 북한 1호를 데려가려고 온 조우진과 일대일로 붙는 장면은 합이
이번에 개봉한 스타워즈의 8번째 시리즈의 제목은 ‘라스트 제다이’다. 제다이 시대를 마감하는 것인지, 아니면 마지막 제다이가 등장하는 것인지 그 의미는 이중적으로 보이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이전 제다이 시대가 끝나고 새로운 제다이 시대가 왔음을 알려준다. <스타워즈>시리즈는 1977년 <스타워즈 에피소드4: 새로운 희망>이 개봉하면서 시작됐다. 모두가 알다시피 조지 루카스 감독은 당시 기술로는 본인이 생각한 내용을 담은 SF영화를 만들 수 없어 ‘에피소드4’를 붙였다. 이후 영화제작기술이 발전하면서 에피소드 1~3편을 제작했다. 조지 루카스 감독은 스타워즈 시리즈로 ‘루카스 필름’을 만들어 SF영화의 시작을 알렸다. 그러고 보니 한 영화의 역사가 꼬박 40년이다. <스타워즈>시리즈는 미국의 대중문화, 세계관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교과서로 많은 학자들은 주요 연구 텍스트로 삼았으며 자신만의 역사를 가지지 못한 미국이 <스타워즈>시리즈로 미국의 역사를 가졌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한국에서는 큰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미국에서만은 세대를 이어서 보는 ‘역사’와 같은 영화다. 이번 <스타워즈:라스트 제다이>는 이 시
<기억의 밤>은 서로 다른 기억을 말하면서 서로를 의심하는 두 형제에 대한 이야기다. 보기에도 좋은 2층 단독주택으로 이사 온 날, 진석은 낯익은 집이라고 생각한다. 만성 신경쇠약으로 약을 복용중인 진석은 수재에 운동 잘하고 성격도 좋은 완벽한 형 유석을 존경한다. 이사 온 날 밤에 형이 누군가에게 납치를 당한 장면을 목격한 진석은 매일 밤 환청과 환각에 시달린다. 19일 만에 돌아온 형은 그동안의 기억을 잃어버렸다고 말한다. 하지만 돌아온 형은 예전과 달라진 것 같고 매일 밤 어딘가로 가는 형을 뒤쫓던 중 형의 또 다른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이를 두고 신경쇠악인 진석의 꿈이라고 말하는 형과 부모님, 그러나 형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의심하는 동생의 엇갈린 기억 속에서 진실을 찾아야만 한다. <기억의 밤>은 2막으로 구성된 연극 무대 같다. 1막이 누가 의심을 하는 것인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라면 2막은 그 의심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서로 믿고 있는 관계와 대상이 산산조각 나기 전을 보여주는 1막은 그 믿음을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정형화된 연극 무대에서 배우들이 연기를 하는 것 같은 장면을 연출한다. 뒤에 가면 그 이유를 알게 된다. 2
사기꾼에게 사기 치는 사기‘꾼’들의 유쾌한 케이퍼 무비인 영화 <꾼>은 출연하는 배우 한 명 한 명이 모두 존재감을 드러내는 캐스팅으로 줄거리가 기대에 못 미친다 해도 충분히 넘어갈 만큼 화려하다. 희대의 사기꾼 ‘장두칠’이 사망했다는 뉴스가 났지만 사기꾼만을 골라 사기 치는 사기꾼 ‘지성’은 그가 살아있다고 하면서 그를 놓친 담당 검사 박희수에게 공동 작업을 제안한다. 박검사의 비공식수사팀인 사기꾼 3인방 고석동, 춘자, 김과장이 합류해 장두칠의 심복 곽승건에게 접근하는 새로운 판을 짜기 시작한다. 영화 <꾼>은 케이퍼 무비라는 장르적인 요소를 가져와 예측 가능한 설정으로 나아간다. 같은 타겟이지만 서로 다른 목적을 갖고 움직이는 이들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각자만의 계획을 세운다.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꾼들의 팀플레이는 충분한 긴장감을 주지만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 구조상 잠깐 딴 짓을 하다 보면 영화의 흐름을 잃을 수도 있다.(잠깐 전화라도 받고 오면 다른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마지막 결론을 보면 모든 것이 복선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런 종류의 영화에서 복선은 한 편이면서도 각자가 서로를 속이는 범죄 에피소드나
일반적으로 DC코믹스 히어로가 마블코믹스보다 한발 늦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간적으로 먼저 찾아온 영웅은 DC코믹스였다. 슈퍼맨과 원더우먼이 그랬고 이번 영화에 등장하는 플래쉬맨이 그렇다. 모두가 뭉친 ‘저스티스 리그’도 ‘어벤저스’보다 먼저 나왔다. 그러나 유독 극장가에서는 마블이 먼저다. 이번에도 <저스티스 리그>는 <어벤저스>보다 늦게 지구에 왔지만 예전보다는 좀 더 밝아진 느낌이다. 저스티스 리그를 시작하는 이번 영화는 각 히어로들의 초능력과 사연을 소개하느라 상당 시간을 할애한다. 그러나 2시간이라는 짧은 분량에 이들을 소개하느라 많이 압축을 해서 영화의 템포는 속도감 있었지만 플롯이 허술해 캐릭터의 입체감이 떨어져 그들의 매력을 느끼기에는 힘들었다. 각 캐릭터의 장면은 따로 놓고 볼 때는 스타일리쉬하지만 플롯이 허술하니 컷 연결이 의미를 만들지 못해 수편의 CF를 연이어 보는 것 같다. 그러나 첫 등장에서 발랄함을 뽐낸 플래쉬맨, 뭔가 토르의 분위기가 살짝 풍기는 아쿠아맨, 그리고 모든 전기와 결합하는 사이보그는 짧은 캐릭터 소개이지만 깨알같은 유머와 그들 간의 케미가 잘 어울렸다. 이번 <저스티스 리그>는 상영
범죄조직을 하나의 어엿한 기업으로 만드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한 나현정(김혜수)은 조직을 은퇴하고 새로운 삶을 준비한다. 나현정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내놓을 만큼 충실한 조직의 해결사 상훈은 새로운 삶을 꿈꾸는 그녀를 이해하지 못한다. 나현정에게 자신의 성접대영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최대식 검사는 상훈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서 영화 속 상황은 점차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영화 <미옥>은 김혜수의 카리스마를 전면으로 내세운 홍보전략으로 관객들의 관심을 끄는 데는 일단 성공했다. <미옥>이라는 영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관객은 미옥을 연기한 김혜수가 주인공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영화를 들여다보면 미옥을 사랑하고 함께 하고 싶은 상훈이 이야기를 끝까지 주도하고 김혜수가 연기한 미옥은 상훈의 액션에 반응하는 조연 캐릭터로 느껴진다. 여자를 전면에 내세운 느와르 영화로 표방했지만 실제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캐릭터는 상훈이라는 남성이다. 이 영화가 여성을 내세운 이유는 상훈이 이야기를 끌고 갈 수 있도록 대응하는 역할을 위함과 모성애를 치장하기 위해서다. 영화 속 대사처럼 미옥은 그저 ‘불알 있는 척’하는 남성역할을
개인적으로 정지우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 초창기 단편영화인 생강에서 노동운동을 하는 남편의 옷을 갖다 주고 버스를 타고 오는 아내의 고단함과 쓸쓸함을 드러내는 찰나의 특정한 장면을 봤을 때부터 이 감독의 섬세한 연출이 좋았다. 이번 영화 침묵도 그렇게 찰나의 특정한 장면에서 삶의 고단함과 슬픔을 드러내고 있었다. 돈밖에 모르는 지독한 자본주의자인 태산그룹의 임태산 회장은 젊고 매력적인 재즈 가수와 결혼을 앞둔 상태에서 약혼녀가 죽었고 철부지 말썽꾸러기인 딸이 살인 용의자로 지목된다. 대부분의 법정 영화는 사건을 일으킨 사람이 누구인지, 그리고 왜 그랬는지를 쫓아간다. 관객들이 궁금한 것도 누가, 왜이기 때문이다. 영화 침묵은 누가, 왜를 보여주다가 중반부를 넘어가면서 의문이 생긴다. 사건이 발생할 때부터 화면에 보여줬던 CCTV와 중반 이후에 삭제됐다가 복원된 CCTV에서 본 장면, 그리고 마지막으로 법정에서 본 CCTV는 같은 듯 다르다. 이제부터는 누가, 왜 보다는 살인이 어떻게 일어났는지가 궁금해진다. 임태산 회장은 사건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설명해주는 중요한 인물이다. 그는 검사와 변호사에게 사건의 본질을 모르고 접근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봤던 것이